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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만물상] 아파트 관리소장

꿍꿍이 blog오리진 2015.07.17 01:14


올 초 경찰청이 5년 안에 퇴직하는 경찰관 1123명에게 '따놓고 싶은 자격증'을 물었다. 경찰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경비지도사, 부동산 공인중개사, 그리고 귀농·귀촌에 대비해 따두면 좋은 굴착기 운전기능사 자격증이 엇비슷한 1~3위였다. 뒤를 이어 주택관리사가 12% 넘는 넷째였다. 40·50대에게 '은퇴 후 취업 희망 직종'을 물은 취업 알선업체 조사에선 주택관리사(33%)가 맨 앞이었다. 관광가이드(32%), 시니어강사(19%)를 눌렀다.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관리 업무 전문가에게 주는 자격증이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설된 80년대 생겨났다. 국가가 시험을 주관한 지는 25년 됐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되려면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응시 연령 제한이 없어 퇴직 앞둔 회사원·군인·공무원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격년으로 치르던 시험 응시자는 '명퇴' '조퇴' 바람에 'IMF 한파'까지 겹친 90년대 후반 5만~6만명을 헤아렸다. 매년 치르는 요즘도 2만~3만명씩 꾸준하다.



▶자격증 학원들은 '정년 없는 평생직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선전한다. 자격증은 누구나 딸 수 있다지만 관리소장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박봉인 데다 '고용 보장'은 언감생심이다. 아파트에서 조그만 안전사고라도 터지면 짐을 싸야 하고, 주민 대표가 바뀔 때마다 눈치를 봐야 한다. "한 곳에서 사계절 보내면 성공" "관리소장 23년간 26번 옮겼다…." '파리 목숨' 관리소장들 하소연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올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 때 퇴직 회사원 출신인 아파트 관리소장이 10층 건물 계단을 서너 번이나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반대로 어떤 관리소장은 주민 대표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기도 한다. 1억원 가까운 관리비를 술값·여행비 따위로 꿀꺽한 아파트 동(棟)대표들과 관리소장, 하자보수 공사비를 부풀려 국고 보조금을 수천만원씩 타 먹은 간 큰 주민대표·관리소장도 있었다. 

▶요즘엔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들이 관리소장 취업 희망자로부터 몇백만원씩 뒷돈을 받고 취업을 시켜준다고 한다.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5만명이 넘는데 관리소장 자리는 1만5000개뿐이다 보니 뇌물 주고받는 게 관행이 됐다는 얘기다. 비리 사슬은 돌고 돈다. 일부 위탁관리 업체는 이렇게 챙긴 돈을 엇나간 주민 대표에게 찔러주고 공사비를 뻥 튀겨 벌충한다. 요즘은 20·30대까지 관리소장 자격증을 따러 몰려든다고 한다. 은퇴 후 '인생 2막' 꿈꾸던 사람들에겐 취업문 좁아진 것도 모자라 비리까지 끼어든다니 서글픈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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