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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홍콩 '우산 혁명' (만물상_조선일보)

꿍꿍이 blog오리진 2014.10.03 07:27

홍콩 '우산 혁명'

 

1997년 6월 30일 밤 8시 30분 홍콩 록마차우 검문소에 중국 인민해방군 트럭 39대가 도착했다. 흰색·청색 군복을 입은 육군 선발대 309명이 홍콩으로 들어서자 시민들이 굳은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중국군이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중국은 이 경계를 넘으려고 아편전쟁 후 155년을 참고 기다렸다. 중국은 병력 5000명과 장갑차·함정으로 영국군 사령부를 접수했다. 세계가 중국의 힘을 실감한 날이었다. 

▶그날 자정에 열린 홍콩 주권 반환식에서 장쩌민 주석이 연설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에 두 정치 제도),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림), 고도자치(高度自治·충분한 자치권)를 확고히 이행하겠다. 홍콩의 고귀한 사회·경제 체제와 법률을 바꾸지 않겠다." 홍콩이 공산화되지 않을까 지켜보던 국제사회의 걱정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 



▶긴가민가하던 홍콩인은 2012년 중국의 약속을 의심하게 됐다. 중국이 홍콩 학생에게 '국민 교육'을 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친(親)중국계 렁춘잉 행정장관은 '중국 모델(China Model)'이라는 책을 초·중·고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치겠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체제가 서구 민주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쓴 책이었다. 7월 말 무더위 속에 주부·학생·교사 9만명이 "세뇌 교육 반대"를 외쳤다. 홍콩 정부는 책 채택을 각 학교 판단에 맡기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8월 덩샤오핑 탄생 110년을 맞아 말했다. "외국의 좋은 것은 배우지만 해로운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중국식 사회주의는 우리 사정에 가장 부합하는 이론이다." 중국 정부는 근래 부쩍 서구식 다당제(多黨制)를 비판하고 공산당 독재 체제를 치켜세운다. 그러나 베이징 정책에 종종 반기를 드는 홍콩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사회주의 우월성을 주장하긴 어렵다. 홍콩인에게 '애국심' 교육을 하려는 데엔 홍콩을 체제 안으로 흡수하고 다른 지역 분리 독립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 

▶지난 주말부터 홍콩이 시위대로 뒤덮였다.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을 바꾸자 "무늬만 직선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지지하는 '애국 인사'만 선거에 출마하게 했기 때문이다. 경찰 물대포에 우산으로 맞서는 시위대를 외신은 '우산혁명'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부르고 있다. 홍콩은 19세기 말부터 늘 서구와 중국 사이 '경계 도시'였다. 그런 홍콩에 중국 공산당이 어디까지 정치적 관용을 보일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지해범 조선일보 논설위원께서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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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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