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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호텔방의 중국 컵라면, 어글리 차이니스

꿍꿍이 blog오리진 2014.09.22 15:53

호텔방의 중국 컵라면


유럽 공중 화장실은 대개 유료다. 독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입구엔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개폐 장치가 있다. 유로 70센트, 950원쯤 동전을 넣어야 열린다. 이탈리아 휴게소 화장실은 사람이 지키고 앉아 돈을 받는 곳이 많다. 재작년 유럽 여행을 하다 피렌체 가는 길에 진풍경을 만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화장실 요금 낼 생각은 전혀 않고 거침없이 드나들었다. 돈 받는 직원은 하루 이틀 일 아니라는 듯 쳐다보고만 있었다.  


▶카페와 호텔에선 웨이터들이 뻣뻣한 경우가 잦았다. 팁을 받고서야 반색하며 호들갑스럽도록 "고맙다"고 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팁을 주지 않는 중국인·인도인이 흔해서라고 했다. 유럽 웨이터가 아시아인에게 불친절한 것은 하나의 현상이 됐다고 한다. 하긴 우리도 '어글리(ugly) 코리안'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주부 관광객이 사 온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한 해 50만개에 이르렀다. '쇼핑 관광' '보신(補身) 관광' '섹스 관광'에 세계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중국인이 한 해 1억명으로 늘어났다. 그럴수록 '어글리 차이니스'라는 눈총도 따갑다. 작년 중국 초등학생이 3500년 된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 '○○○, 왔다 가다'라는 낙서를 새겼다가 중국 안팎에 야단이 났다. 중국인 관광객이 루브르박물관 분수대에서 발을 씻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프랑스가 시끄러웠다. 싱가포르 항공기에선 기내식 포크·나이프를 무더기로 챙겨 가려다 승강이가 벌어졌다. 


▶우리가 그랬듯 중국 정부와 언론은 해외여행 에티켓을 지키자는 계몽 운동을 벌이느라 열심이다. 여유법(旅遊法·여행법)을 만들어 '여행 행위 규범' 준수 의무를 명시했다. 며칠 전엔 몰디브에 간 시진핑 주석이 "해외여행 때 컵라면 덜 먹고 현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몰디브 고급 호텔에 묵은 중국인들이 방 안에서 세끼를 컵라면으로 때운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호텔 측은 객실에서 물을 못 끓이도록 전기 주전자를 치워버렸다고 한다. 


▶단체 여행으로 갔던 유럽 호텔 중엔 냉장고를 잠가두거나 치운 곳이 많았다. 음료를 꺼내 마신 뒤 계산 안 하고 떠나버릴까 봐 그랬을 것이다. 일회용 비닐 컵을 둔 호텔들도 있었다. 한국인을 어떻게 보고 이러나 싶었다. 그러다 독일 어느 호텔방에 놓인 한글 안내문을 보고 낯이 달아올랐다.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방 안에서는 금연, 취사 금지. 샤워할 때 욕조 안으로 커튼 쳐주세요. (아침 뷔페에서) 음식물을 가져가지 말아 주세요.'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방현철 조선일보 논설위원께서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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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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