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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975] 張家界 天門山 장가계 천문산

 

매설가(賣說家) 직업을 유지하려면 '이야기를 채취하는' 채담가(採談家)도 병행해야 한다. 채담가에게는 명산만큼 좋은 콘텐츠원(源)이 없다. 중국 호남성 장가계의 천문산(天門山)을 들렀다.

  천문산은 1500m급 바위산인데 이곳 소수민족인 토가족(土家族)의 성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 정상 부근 바위 절벽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모습이 아주 신기하다. 경비행기가 통과할 정도로 큰 구멍인데 장가계 공항에서 바라보면 그 모양이 아주 기관(奇觀)이다.

  천문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었다. 길이가 무려 7.5㎞나 된다. 세계 최장이라고 한다. 그것도 시내 복판에서 케이블카를 타게 돼 있다. 자동차가 북적이는 번화가에서 케이블카가 출발한다는 점이 아주 이색적이었다. 케이블카 밑으로 장가계 역사(驛舍)와 창고, 철로선, 동네 주택들의 지붕과 건물의 옥상들이 보인다. 공산당 정권이니까 이처럼 파격적으로 시내 복판에다 케이블카 노선 설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까 1400m 지점. 산 정상 부근은 사방으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절벽 주변에 아슬아슬하게 잔도(棧道)를 만들어 놓았다. 잔도 밑을 바라보니까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려움이 생긴다.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맞은편 절벽을 보니까 귀곡자(鬼谷子)가 공부했다는 동굴이 있다. 석회암 절벽의 높이만 해도 수직으로 800m. 압도감을 주는 절벽이다. 그 절벽의 3분의 2 지점에 자리 잡은 동굴인데, 줄사다리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험난한 지점이었다.

  어떻게 저런 지점에서 살 수가 있었을까?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귀곡자는 전국시대 종횡가(縱橫家)인 소진과 장의의 사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난세에 종으로 횡으로 연대해야만 살 수 있다는 전략의 창시자였지만, 정작 자신은 절대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는 깎아지른 절벽 동굴에서 고립된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합종연횡을 생각해 냈을까? 귀곡자처럼 일파(一派)를 창시하는 장문인이나 사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절대 고독의 장소가 필요한 것일까? 천문산 절벽에서 떠오른 생각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용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용헌 칼럼리스트가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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