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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용헌 살롱] [972] 어미 고래와 機張(기장)미역

꿍꿍이 blog오리진 2015. 2. 22. 11:58

[조용헌 살롱] [972] 어미 고래와 機張(기장)미역

 

칼럼을 쓰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열성 독자를 만날 때이다. 인간은 자기 말에 공감해주고,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인가 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경우는 독자가 그 지역의 소문난 음식점을 안내해 줄 때이다. 음식 맛을 같이 느끼면서 감탄할 때 시름이 사라지고 기쁨이 샘솟는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맛있게 먹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배가 나오든지 말든지 살아 있을 때 많이 먹자!

  부산의 어느 독자가 기장군(機張郡)의 시장통에 있는 갈치구이 집을 안내했다. 그런데 기장시장 골목길을 지나면서 보니까 가게와 좌판에는 여기저기 미역들이 온통 널려 있었다. 미역철이었던 것이다. 기장은 미역으로 유명한 지역 아니던가. 동해안과 남해안의 물살이 꺾어지는 지점이라서 미역이 잘되는 것인가? 

 갈치구이를 먹으면서 이 독자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낳은 산모(産母)가 처음에 어떻게 바닷속의 미역을 채취해서 먹게 되었는지 이유를 아십니까? 한국 산모들이 아주 옛날부터 제일 먼저 먹었다는 설(說)이 있어요." "글쎄요." "아주 옛날에 기장·울산 일대의 어부들이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고래들이 바닷가의 미역밭에 들어가 미역을 뜯어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자기 아내에게도 먹일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기장과 가까운 울산 장생포는 예로부터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곳이고, 선사시대에 새겨졌다고 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 그림이 많다. 특히 귀신고래가 미역을 뜯어먹었을 개연성이 높다. 귀신고래는 울산 일대에 가장 흔했던 고래였고, 오호츠크해와 한국의 동해안·남해안 일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서식하기 때문이다. 새끼를 낳은 고래들이 미역을 집중적으로 뜯어먹는 장면은 이색적이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풍습은 한국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풍습이다. 그 풍습이 미역 많이 나는 기장과 울산 일대에서 시작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연히 독자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칼럼의 콘텐츠를 얻어들을 때가 '일타삼매(一打三枚)'의 길일(吉日)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용헌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용헌 칼럼리스트가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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